이 영화의 포스터, 포스터 글귀, 장르, 그리고 줄거리를 보면 드는 생각은 “로맨스”라는 단어사 생각이 날 것이다. 물론 본인이라고 해당 단어가 생각이 안났다고는 말할 수 없다. 허나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로맨스영화라기 보다 이민자의 삶을 그린 영화라 생각이 든다.
아일랜드에서 거주하고 있던 아일랜드인인 ‘일리스’는 신부의 도움을 받고 미국 브룩클린으롤 떠난다. 그때 당시는 비행기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기에 배를 타고 떠나는데, 같은 방을 썼던 여인이 한 말이 되게 기억이 남는다. “더 이상 이 시궁창에 오기 싫다‘ 라는 대목이다. 일리스는 미국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여성의 말은 미국이 아닌 배(ship) 그리고 아일랜드를 의미했던 것이다. 아마 배와 아일랜드 그 자체가 아닌 아일랜드에서 살았던 과거와 아일랜드를 떠나는 (또는 오는) 그 기억들이 싫었을 것이다.
일리스는 미국이라는 땅을, 더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브룩클린이라는 지역에 살기 시작하면서 적응을 시작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을 것이다. 자기가 살던 동네처럼 한가하고 조용하지 않고 복잡한 동네였으니 말이다. 일하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에서 혼자 우뚝 서 살아야한다는 그 자체가 해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해본 사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적한 곳을 떠나 복잡한 곳,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가서 산다는 것이 답답하고 불안해했을 그녀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었을 것은 가족과 주고받는 ‘편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편지’는 단순히 서로간의 소식을 전달해주는 종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일리스가 이민 초기에 유일하게 안식을 얻을 수 있을 때가 편지를 읽었을 그 때, 그 시간이였을 것이다.
일리스를 도와주던 신부가 이런 말을 했다. “브룩클린에는 아일랜드인이 필요해” 라고.. 이 말은 단순히 많은 숫자의 아일랜드를 말한 것이 아니다. 브룩클린에는 다리, 공장, 터널등 공사를 담당했던 아일랜드 남성들이 많았는데 현재 가족들에게 버려져 노숙자들로 살고 있는 아일랜드인이 많아 그 사람들을 도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숙자들은 집이 없고 돈이 없다고 해서 감정까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숙자들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본인이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어떻게 보면 ‘자기 분수’를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 사람들은 노숙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노숙자가 아닌 사람들이 멸시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노숙자들은 외로움이 없지 않아 있다. 특히 타국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그럴까. 신부는 이러한 상황을 알기에 매년 크리스마스에 가능한 많은 아일랜드인 노숙자들을 불러 식사를 대접한다. 이 장면에서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데 (어떤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에는 애한이 아닌 애환이 그리고 그리움(고향에 대한 그리움, 사람관계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이 점은 노래를 부르면서 보여줬던 장면들 중 눈빛, 담배연기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리스는 해당 행사(?)를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아일랜드 인과의 관계가 조금 해소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댄스파티에 가서는 이탈리아인인 토니 청년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답답하고 불안한 인생가운데 이성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하기 시작한다. 그와 데이트를 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더 이상 가족과 편지로 안정을 취하는게 아닌 토니와의 관계에서 안정을 취하고 행복을 얻게 된다. 그 결과 일터에서도 달라진건 말할 것도 없다. 그녀가 행복할 때 그녀의 언니인 로즈가 죽게되어 아일랜드로 향하게 되는데 그 전 결혼식을 소박하게 행하고 떠난다.
미국에 오기 전 일리스의 아일랜드 생활은 지루하고 그녀를 알아주지 않는 그런 생활이었지만, 이번 방문에는 왠만한 사람들이 그녀를 인정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더 이상 브룩클린에 가지 않기 위해서 일자리 제안도 들어오고, 짐 파렐이라는 남자가 작업(?)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인정을 받으면서 고민하던 중에 자신의 남편인 토니한테 편지가 오지만 그녀는 편지를 읽지 않고 서랍 속에 모아둔다. 그리고 로즈 무덤에 가서 “모든게 달라졌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로즈가 죽지 않았으면 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현재 아일랜드 생활이, 본인을 인정하는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을 한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게 안주하려고 했지만 전 직장상사가 그녀가 결혼한 것을 알게 되자 “원래 이런 곳이었다는 잊어버렸다”는 말과 함께 바로 브룩클린으로 떠나는 배 편을 예약하고 브룩클린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면서 돌아가는 배에 만나는 여성을 알게 되었는데, 해당 여성에게 본인이 처음 받았던 조언과 함께 이런저런 조언을 해줄뿐더러 “브룩클린이 고향 같아요”라는 말도 함께 하게 된다.
처음에 언급했던 한 여성이 “시궁창에 오기 싫다”라는 말이 아일랜드에서 살았던 그 기억들이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 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본인이 미국에서 살 때, 비행기 타고 뜨는 순간부터 한국에 귀국하는 그 날까지의 추억을 다시 회상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브룩클린이 고향 같아요”, “이 시궁창에 오기 싫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로맨스영화가 아닌 이민자의 삶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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